i노믹스·인적 청산…'두 개의 칼' 들고 한국당 위기돌파 나선 김병준

입력 2018-11-19 17:36  

i노믹스 발표…J노믹스에 '맞불'
과감한 규제개혁·노조 특권 타파…공무원 정원 동결·공공개혁 추진
소득주도성장에 정면 대응

구체적 '인적청산 기준' 제시
국정농단 조장·당 분열 책임있는 인사 등 당협위원장서 배제키로
친박·영남 중진 포함…논란 예고



[ 박종필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와 당 내부를 겨냥한 ‘두 개의 칼’을 동시에 꺼내 들고 리더십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 해촉 사태 이후 당내 일각에서 불거진 ‘비대위 흔들기’를 당 안팎의 새로운 전선 구축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J노믹스 대항마로 꺼내 든 ‘i노믹스’

김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9월 소득주도성장에 대항해 꺼내 들었던 ‘국민성장’의 개념을 구체화한 ‘i노믹스’ 구상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J노믹스’에 맞서는 개념으로 i는 idea(창의)·initiative(주도)·invention(창조)·innovation(혁신)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발표한 i노믹스는 ‘믿고 풀자’ ‘바로잡자’ ‘키우고 열자’ 등 세 핵심어로 요약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조 특권 타파 △공무원 정원 동결·공공부문 개혁 등을 주장했다.

‘믿고 풀자’는 규제비용 총량제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등 과감한 규제개혁을 의미한다. ‘바로잡자’는 노조 특권, 최저임금제 등을 겨냥하고 있다. ‘키우고 열자’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학·교육개혁을 설계하고, 국가 연구개발(R&D) 체계를 정비하자는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결정권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교섭을 분권화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하나의 담요를 덮듯이 (업종·지역별 차등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적 특성을 살려 분권화시키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기업은 규제의 대상이고 국민은 간섭 또는 보호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반(反)시장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경기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성장 없는 성장정책을 고집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15일부터는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라운드 테이블’을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현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세력과 단절하면 노동개혁을 위해 집권 여당에 전폭적인 협조를 하겠다는 제안이다. 최근 정부 여당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틈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구체화된 ‘인적 청산’ 기준

현역 국회의원의 지역구 대표 자격인 ‘당협위원장’을 박탈해 차기 총선 출마를 사실상 막는 이른바 ‘인적 청산’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조장한 인사 △2016년 총선 공천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경우 △대선 패배의 계기가 된 당 분열에 책임이 있는 인사 등을 당협위원장 주요 배척 기준으로 삼았다. 이들 기준이 사실상 영남권 다선 중진의원과 친박근혜 의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사무총장은 “유능하고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고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지형상 우리에게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으로서의 존재감과 활동이 미미한 분들에 대해 상세하게 심사할 예정”이라며 “(조강특위) 외부인사들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정하고 분명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경 기조는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중진의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비대위 무용론’과 ‘조기 전당대회’ 주장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당 관계자는 “대여 투쟁을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 지도부(비대위)의 생각”이라며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으로 직접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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